조정래작가님의 인터뷰 및 책을 접하면서 항상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리랑 전집을 읽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12권이라는 분량과 나에게는 그러한 시간이 없다는 구차한 변명으로 외면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코로나19영향으로 필리핀 메타어학원을 휴원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 이상의 변명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아리랑 1편을 펴는 순간부터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 했는데 마지막 12권을 내 손으로 접는 순간 무언가 아쉬움으로 마지막 결말이 아니기를 바라는 내 자신...
“ 편헐 리야 있겄능가. 잊어불 것언 잊어불고 새 맘얼 갖도록 하게. 사람이란 것이 배왔다고 다 옳은길로만 가는 것이 아니기. 사람으 심성이나 성정은 천차만별이라 배운 사람이 배운 머리로 악행얼 허로 들자면 더 악독허게 허는 법 아니든가. 자고로 간신배덜 중에 무식헌 놈덜 하나도 없었고, 근년에 부쩍 늘어나는 친인배놈덜이 간신배놈덜허고 다 똑겉은 종자네. 그런 인종덜이 늘수록 맘 단단허니 묵고 새 생활얼 찾도록 허게.”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좋은 머리로 좋은 대학교에 가고 떵떵거릴 수 있는 권세로 무고한 시민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머리속에 스쳐지나 간다. 세상 사람들은 좋은 머리를 존경하고 부러워 하는데 그것보다는 좋은 심성과 성정이 존경받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
“ ‘니도 다 장성혔응게 알겄지만 독립운동언 못혀도 친일얼 해서넌 안된다.’
그러나 어머니는 이런 강한 면이 있었다. 일본으로 떠나오기 전날 밤 어머니가 하신 한마디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말은 독립운동을 하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말이었던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작년부터 많은 국민들이 함께했단 불매운동이 생각난다. 우리가 독립운동은 못했었도 불매운동은 한다~ 솔직하게 나도 많은 반성을 했다. 불매운동을 하기 전에 아무생각없이 유니클로가고 일본맥주 사서 마시고, 일본여행가고 ㅠㅠ...
하지만 불매운동 이후에는 단 한번도 일본여행, 맥주, 유니클로에 가본적이 없다..
앞으로도 독립운동은 못 했지만 친일하는 삶은 살지 말자고 다시 한번 나 자신과 다짐을 해 본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읽다 보면 친일작가들이 많이 등장한다. 갑자기 고등학교 국어(문학?)시간이
생각난다. 이광수 작품이 책에 나와서 아무것도 모른 무지한 나였지만 “이사람은 친일파인데 어떻게 국어책에 나오며 우리가 이걸 가지고 수업을 하냐?”고 선생님에게 질문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많은 걸을 잊고 살았는데 조정래작가님의 말씀이 그때 기억을 다시 상기시켜준다.
“ 나의 분노는 두 가지 사실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첫째는 친일 한 자가 어찌 이렇게 뻔뻔스런 변명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어떻게 이런 시조가 교과서에 실릴 수 있는가 하는 점 때문이었다. 꽤나 긴 세월이 지난 뒤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그건 친일파들이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를 속속들이 장악한 현실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니까 그 시조는 교육 분야를 장악한 친일파들이 교과서를 통해서 자기들의 입장을 변호함과 동시에 후대들을 최면시켜 비판의식을 마비시키고,또한 상황불가피론을 주입시켜 자기들의 편을 만들려는 주도면밀한 음모로 취해진 일이었다.”
역시 존경할 수 밖에 없는 조정래 작가님의 현답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에게 조정래 작가님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추천한다.
조용한 시골에서 많은 사색에 잠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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